시
송승언 - 내 책상이 있던 교실
사무엘럽
2021. 4. 6. 14:23
내 책상 위에 국화가 있었다
국화 위에 편지가 있었다
편지 위에 국화가 놓였다
국화 위에 국화가 쌓였다
줄 세워진 우리들 손에 들린 국화를 잊는
선생이 들어온다 활자 가득한 칠판
국화를 들고서 말이 없었다
말을 못했다 오늘 당번 누구지
선생은 말하고
당번은 죽었어요 말을 못했다
국화를 들고서
우리는 우리의 차례를 기다린다
편지가 놓였다 내 책상 위에
당번은 읽어라 선생은 말한다
읽지 못했다 당번이 죽었지
슬픈 일이다 그래도 수업은 해야지
선생은 말한다
너는 교과서를 읽어라 종이 울릴 때까지
읽지 못했다 책상 앞에 앉아
얘가 죽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너의 책상에 얼굴을 묻는다
흔들리는 등 위에 흰 손이 놓였다
흰 손 위에 흰 손이 놓였다
흰 손 위에 흰 손이 쌓였다
흰 손이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