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언 - 기원

사무엘럽 2021. 4. 6. 14:20

 

철과 오크:송승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사랑과 교육:송승언 시집, 민음사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컬트 포르노 탐정소설의 장르적 우울과 클리셰: 실종의 키메라, 코드프레스 레인보 셔벗, 작업실유령

 

 

 아침에는 작은 전쟁이 있었다

 

 나무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우리의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았지

 

 교실에서 나와 태양 아래 있었다

 

 정오에는 언니들이 이장되었다

 이 강에서 저 강으로

 언니들은 영원히 방학이구나

 

 주방에선 이방인의 심장이 끓고 있었다

 

 창에 꿰인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의 생일을 떠올렸다

 우리 중 누군가 매장되고

 누군가 아주 오래 살았던 날

 

 아침에는 숲이 벌목되었다

 산에 피가 났다

 

 우리의 반은 우리의 반을 떠나며

 낯선 얼굴로 돌아온다 말하고

 

 우리의 손은 일렁이는 물에 가까워진다

 

 정오에는 우리가 불어났다

 빛 속에서,

 

 산의 얼음이 녹자

 수원지에서 고대의 언니가 발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