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송승언 - 돌의 감정
사무엘럽
2021. 4. 6. 14:14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애초에 배운 게 없으니 어떤 사물에도 레테르를 붙이지 않기로 오늘 식단에 대해 침묵하기로 음식이 어떠했더라도 그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므로
옴짝달싹하지 않고 싶다 더는 네가 불러도 가지 않고 싶다 차갑더라도 여기 머물고 뜨겁더라도 여기 머물기로 한다 너에게 호명되지 않는 위치에서 너를 호명하지 않기로 한다 애초에 남이니까 남 아닌 것으로 위장하지 말기로
내 속에 무슨 금속성이 있는지 알기나 하는지 내 배에 귀를 대면 알 것이다 내 속은 단단한 진공으로 되어 있다 가장 날카로운 금속이 될 가능성은 그 진공 속에서 울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차라리 예감에 가까운 것이지, 나의 감정은 아니다
네가 너인 까닭은 식탁에서 나와 마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하나의 의자에 같이 앉는다면 우리는 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와 다른 것을 주문하기로 한다 목소리와 표정에 감응하는 법 없기로 내가 어떤 것으로 불리는 법 없기로 없다고 한다면 없는 것으로
다만 있다고 한다면 추락하기로, 벼랑에서 떨어져 부서진 상태이기로, 더 부서질 수 없을 파편들로
너와 내가 아닌 모든 자리로 말이 되어 번개가 되어 일용할 만나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