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소형 - 두 조각
사무엘럽
2021. 4. 5. 19:50
같이 잠들었다
내가 여름을 말하면 너는 바다를
그런 날이면 새벽에 금빛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포말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커다란 문어가 내뿜는 숨을 상상하며
파도를 기억했다
같이 배가 고팠다
꿈에서도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슬픔이 속삭였지만
모른 척 눈을 감았다
우리는 믿지 않지만
사랑은 믿었다
조각을 비춘 그림자는
천천히 천천히
머리부터 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