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호 - 시진이네(-죽은 돌의 집)
집을 지었다
손끝이 빨개질 때까지 블록으로 집을 지었다
블록 조각이 사라질까 두려워 졸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방을 지었다
언니는 마지막으로 내 방을 지으며 말했다
너는 나를 버릴 거야
아냐 언니
내가 언니를 위해 거실에 천원점도 박아 놨어
이제 여기 기둥서방만 박아 넣으면 돼
잊지 마 나는 언니를 사랑해
내가 형부를 언니처럼 어르고 달래고 만지는
사이
언니는 천원점을 잊고, 언니는 언니를 앓고 날마다 방구석에서 말라 갔다
더러운 책걸상 머리카락 침대 그리고
잠만 자는 언니의 삼십 년간의 주말
그러니까 언니 대신
내가 형부를 언니처럼 어르고 달래고 만지는
사이
형부와 나는 거실 가운데 땅따먹기를 하고
언니에게 펀치를 날린다
바보야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의 차이는 한 끗 차이 아니겠어?
그러니까 우리는 가해자가 아냐
울지 말고 일어나 언니
언니는 여전히 집 안에 있다
우리는 숨구멍을 철 수세미로 찔러 놓고 쇠붙이를 잘근잘근 씹어 대는 언니의 숨소리를 들었다 집을 짓던 빨간 손으로, 피도 가시지 않은 언니를 먹는다 뼈는 남기고 살코기만 먹었다 언니를 빨던 빨간 우리의 손가락도
먹었다
네모로 만든 집 우리가 우리로 묶이는 네모난 식탁
언니는 길 잃은 치매 노인처럼 집이 없다고 했다
나쁜 년
우린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아무도
아무도 우리였던 우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언니는 여전히 집 안에 있다
우리는 거실에 두 집 살림을 차리고 하얀 블록을 집었다 언니는 남겨진 까만 블록을 집고, 쌓으며 울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까만 블록은 언제나 불리하다
까만 블록이 전부 공배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