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소호 - 복어국
사무엘럽
2021. 3. 30. 18:50
죽겠다고 고백한 날 동생도 고백했다.
너 사람 죽여 봤어?
성녀인 척하지 마 너도 중절 수술한 적 있지
자궁에 혹도 있을 거야 더러운 년
그러니까 약을 꼬박꼬박 먹었어야지 멍청한 년아
그날 우리는 미역국 대신 복어국을 먹었다. 각자 방에 가서 먹었다. 아무리 발라내도 복어에는 독이 있을 것 같아. 우린 죽을지도 몰라. 우리는 복어국을 먹고 부르르 떨었다. 며칠 뒤 복어 냄비에 구더기가 들끓었다. 우리는 그걸 국자로 퍼먹었다. 똑똑히 들어. 내가 꼭 너보다 먼저 죽을 거야. 구더기를 씹던 동생이 말했다.
지긋지긋하게도 오래 사네
죽겠다더니 아직도 살아 있잖아?
걱정 마 니가 죽으면 나도 그때 죽어 버릴 거야
밤마다
나는 동생의 살가죽을 덮고 동생 방문 앞에 섰다. 방 안에서 비닐봉지를 얼굴에 쓴 동생을 봤다. 행거에 걸린 허리띠로 제 목을 조르는 동생을, 눈앞에서 대롱대롱 흔들리는 동생을 봤다. 방바닥에 말라 비틀어진 하루하루를 지우며, 나는 흔들리는 동생의 목에서 허리띠를 풀었다. 노크를 한다.
똑똑
내가 미안해
죽겠다고 고백한 날 나도 고백했다.
똑똑
너 사람 죽여 봤어?
성녀인 척하지 마 너 같은 게 제일 더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