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 - 첫 숨에 산산조각

사무엘럽 2021. 3. 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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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날들은 부족한데

 이른 아침 햇살에

 난간이 반짝인다.

 

 우린 꿈에서조차

 쉴 수 없을 거야.

 

 이제 해야 할 일은

 조각난 순간들을

 다시 맞추는 것

 

 생존이 승리처럼

 느껴질 때

 행운은

 가냘프다

 

 죽음을 향한 혈류보다 더

 가냘프다.

 

 인생은 서글픈 노래.

 너무 많은 목소리가

 들려오고

 너무 많은 얼굴

 너무 많은 몸뚱이가

 보인다.

 

 최악은 그 얼굴들.

 그것은 아무도 이해 못 할

 질펀한 농담.

 

 당신의 두개골 안에는

 야만적이고 무의미한 날들뿐.

 현실은 즙이 없는

 오렌지.

 

 계획도 없고

 탈출구도 없고

 신성함도 없고

 기뻐하는

 참새도 없구나.

 

 우리의 인생이 그 무엇에 비견될 수 있으랴.

 그래서 전망이

 난망한 게지.

 

 우리의 용기는 비교적

 부족한 적은

 없었으나

 

 승산은

 최고일 때도

 요원했고

 최저일 때는

 철벽이었다.

 

 최악은

 우리가 그걸

 허비한 게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허비되었다는

 것.

 

 자궁에서

 나와

 빛과

 어둠에

 갇혀

 

 찌들고 무감각한 상태로

 

 말로 못 할 고통의 온대 안에

 홀로 있는 꼴일세.

 

 지금

 

 남은 날들은 부족한데

 이른 아침 햇살에

 난간이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