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부코스키 - 지옥은 닫힌 문이다

사무엘럽 2021. 3. 27. 03:57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민음사 호밀빵 햄 샌드위치:찰스 부코스키 장편소설, 열린책들 창작 수업, 민음사 글쓰기에 대하여, 시공사 사랑에 대하여, 시공사

 

 

 배를 곯고 살 때도

 나는 출판사의 거절 통지에 개의치 않았다.

 편집자들이 참 멍청하구나

 생각하고는

 계속 글을 쓰고 또

 썼다.

 그래도 그렇게 행동으로 거절해 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최악은 텅 빈

 우편함이었다.

 

 마음이 약해지거나 기대를 한 적이

 있었다면

 거절한 편집자를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정도랄까.

 남자든 여자든 그 사람의 얼굴

 차림새, 방을 건너오는

 걸음걸이, 목소리

 눈에 담긴 표정을 보고 싶었다......

 딱 한 사람만이라도

 딱 한 번만이라도.

 

 알다시피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나를 변변찮다 말하는

 종이 한 장뿐이라면

 편집자를

 신의 반열에 오른

 존재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배를 곯을 때는

 지옥은 닫힌 문이다

 가끔 문 열쇠 구멍으로

 그 너머가 얼핏

 보이는.

 젊든 늙었든, 선량하든 악하든

 작가만큼

 서서히 힘겹게 죽어 가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