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찰스 부코스키 - 전화
사무엘럽
2021. 3. 24. 06:06
전화벨과 함께
전화가
데려온 사람들
시간을 보낼 줄 모르는
그들은
멀리에서도
이 전염병을
퍼트리지 못해
안달복달이다.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무가치함을
직접 투사하는 걸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전화는 원래
급한 일에만 필요한 것이다.
급한 일이 없는
사람들, 이들은
재앙이다.
나는 한 번도 전화벨 소리가
달가운 적이 없다.
"여보세요."
조심스럽게 받으면
"나 드와이트야."
진동하는 그들의
어리석은 침략 욕구.
그들은
당신의 정신을 좀먹는
인간 벼룩이다.
"응, 무슨 일이야?"
"그게, 오늘 밤 시내에 나왔거든.
나온 김에......"
"저기, 드와이트, 나 일이 있어서
곤란해......"
"어, 그럼 다음에
할까?"
"무리야......"
누구에게나 저녁 시간은
흔해 빠진 것이라
그렇게 낭비되는 저녁 시간은
하나뿐인 당신 인생의
자연스러운 여정을
더럽게
망친다.
더구나 종종
전화 건 사람에 따라
이틀이고 사흘이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전화는 원래
급한 일에만 필요한 것이다.
수십 년간 나는
전화에 시달린 끝에
"안 돼." 라고
말하는 법을
겨우 터득했다.
더는
그들에게 마음 쓰지 마시라
제발.
그들은 그냥 다른 번호를
누를 것이다.
까딱하다가는 걸려들기
십상이다.
"여보세요."
당신이 말하면
"나 드와이트야."
그들은 말한다.
그러면
당신은
친절하고
너그러운
영혼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