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박은정 - 사루비아
사무엘럽
2020. 11. 16. 04:43
모든 세상의 감탄사가 내게로 온다
견딤의 방향으로
사소한 극단의 외침으로
발기된 감정을 관통하는 속도로
배가 고프면 나도 모르게 손목을 그었다
어떤 감정은 날씨의 문제였으며
어떤 날씨는 감정의 문제였지만
나의 사주는 내가 아픈 만큼의 평화
꽃잎 휘날린다 부재중이므로
붉은 뼈를 물고 온 말들
망막으로 번진다
밤마다 내 심장이 변형되는 동안
천국에서는 어떤 꽃이 피었나
떠돌이 개의 발정난 눈알처럼
불현듯 터져나오는 산모의 하혈처럼
너의 빛깔은 리듬에 취해
격렬한 영혼이 된다
차가운 심장을 옷깃에 달고
유일무이한 존재의 방이
아무도 없는 방으로 변하는 일
붉음의 일, 금지된 것들의 탄생, 그리고 서서히 사라지는
세상의 감탄사들을 생각해내는 일
커튼을 열면 흩날리는 입술들
황달에 걸린 땅거미가 덮치면
모든 격렬한 것들이 눈을 감고
공중의 잎들을 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