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고 - 농담 외 4편 (2020 시인수첩 신인상)

사무엘럽 2021. 3. 22. 03:30

 <농담>

 앵무샙니다 생선 한 토막으로 나를 미워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랑해요 말할 수 있지만 알아볼 수는 없겠습니다 오늘은

 거위 한 마리와 개암나무의 이름을 짓습니다 오늘도

 당신도 다음도 내 성적 취향입니다 최대한의 인간적 자세와 행위를 가르칩니다 옥수수 알을 던지며
 당신이 당신에게 가르치는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 아니라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는 지구력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지구가 아름다워졌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구에서 떳떳하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생선 한 토막이나 정자 3억 개로는 호소력이 희박한 시대에 나는 인간만큼 신뢰할 동물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무서운 무기인데 이론은 아름답군요

 아름다운 세계는 없겠습니다 옥수수 알이 물맛이 개암나무의 기적이 있겠습니다 하나의 기적을 이루려면 사랑할 사람이 꼭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워할 사람이 없는 당신은

 모르는 사람을 쓰다듬으며 앵무새를 앵무새로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다 말하지 못했어요 당신이 먼저 꼬셨잖아요 그래요 새장과 세상이 같은 세계라서 나는 팬벨트나 돌리겠습니다



 <빙고>

 깊은 대화도 나누지 않고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모두가 역사적 사명감이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사명감은 흰 눈과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흽니다

 눈이 내려서

 누구든 좋으니 아름다운 품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은 나는, 공원 변기에 앉아 배반하고 떠난 사람을 생각하다
 오줌 떨어지는 소리나 들을 겁니다 검었다 희었다

 하면서 권투선수는 스크린에서 느린 속도로 돌고
 누군가를 조준한 주먹은 다음 순간을 위해 종을 치겠습니다 샌드백은 한 방을 위해 자전하겠습니다 검었다 희었다

 하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대화도 나누지 않고 변기 물을 내립니다

 나는 흰 눈으로 뭔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거위를 죽였습니다
 소용돌이를 닫고 일어나겠습니다 거위는 간만 빼먹고 버리는 겁니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숙이고 함께 휘는 겁니다 함께 자전하는 겁니다 튀는 겁니다 당연히 당신에게

 당신이 들지 못하는 한 송이 눈이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눈은 결백하겠습니다

 나의 진짜 약점은 어쩔 수 없는 흰 눈을 용서하는 겁니다 용서받아 마땅한 놈이 되어보시겠습니다



 <셀로판지>

 주로 상하기 쉬운 상품을 포장하는 것에 사용된다. 소시지를 좋아하는 나는 소시지가 빨간색이 아니라는 설명서에 잠시 분노한다. 당신도 당신의 분노를 참아내지 못한다. 재발하는 치통과 같다. 빵을 한쪽으로만 씹는 나는 자주 치통을 유발한다. 당신은 범주와 주범을 구분하는 것에 관심이 없지만 장식장에 모자에 코끼리의 귀에 내려앉은 먼지는 한 개인의 범주에 속한다. 이가 빠진 당신은 셀로판지 필름 속에서 웃고 있다. 일요일에 아름답지 않은 게 있나요? 내일은 가족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간다. 일요일마다 교회의 창을 닦으며 공동체에 속한 기분을 갖는다. 창을 닦는 당신은 앞만 본다. 앞만 보는 창문은 관통당한다. 관통하는 것은 당신일 수 있다. 당신은 주범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셀로판지다. 당신은 이제 범주를 잃었고 잃었다는 말은 혁명과 같다. 혁명과 셀로판지는 동의어가 아니므로 하나의 범주에 묶인 것이 궁금했지만 한쪽으로만 비닐을 벗기는 당신과 한쪽으로만 소시지를 씹는 나는 서로를 모른다. 소시지의 비닐을 벗기는 일과 혁명이 실패하는 것 3초면 충분했다.



 <염소와 수녀님>

 염소를 키우는 수녀님은 돌아온 염소로 요리 중이다 식욕이 생략된 꽃의 의도가 나는 무섭다 자신을 이해시키고 사랑하려는 염소는 염소가 되기 위해 당신의 식욕을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은

 흔들리는 꽃만 용서하고

 약상자를 열면 근육이 없는 귀와 외국의 동전이 들어 있다 둘은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누구라도 돌아올 수 있고 누구라도 약상자에 누울 수 있다 멈출 때를 모르는 나의 식욕은 약이 되는 악몽을 꾸었다 날씨는 아직 상자 안에 있다 상자는 외국에 가본 적이 없고 동전은 외국에서 왔다 약을 삼키면 악몽은 돌아온다 목소리가 없는

 수녀님의 이야기

 염소는 요리보다 달콤해진다

 당신을 참을 것이라는 예보 토할 수 있을 만큼 염소를 먹는 염소의 기분 탈수기 속에 빨려 들어가는 이유 염소에게 이유를 물을 수 없는 나에겐 부끄러움이 필요하고 부끄러움에게 잘못이 없다면

 안전해보겠습니까



 <요요>

 당신은 잠정적으로 줄을 놓는다 당연히 나는 죽는다 그로부터 나를 이끌어 온 것은 개암나무다 고등어가 구워지는, 고양이가 고등어를 움켜잡는, 그로부터 줄과 아주 끊어졌다고 믿을 수는 없지만 개암나무에서

 개암나무에게로 향하는 나는 움켜잡을 신이 필요했다 신은 인간이 지어낸 지명이다 지명에 중심을 만드는 일은 환상이다 환상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므로

 뛰어오르고 있다 뛰어오고 있다 뛰어가고 있다
 그로부터 삼십육 그램의 고등어를 삼키는 일
 톱니바퀴를 멈추는 일이
 고등어의 것이면 슬픈 일, 그렇다
 오늘 저녁 고양이의 밥그릇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 의미 없다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은
 신이 개암나무가 될 수 없는 일이므로

 나의 책임이 크다

 개암나무 열매가 떨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당신의 등을 안아 주었다면 이별이다 이별은 먼저 도착하는 일이다 먼저 도착한 당신은, 내가 돌아오는 중이라고 신에게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