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원성은 - 면역
사무엘럽
2021. 3. 18. 17:20
산불이 나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줄 알았다
안식일용 촛대에 촛농이 쌓이는 동안
앞뜰의 벽돌이 간처럼 붉어진다
건물이 무너지는 꿈,
신경과 병동의 이음새가 헐거워져 있었다
흰 벽의 특성은 독백만 받아 적는다는 것
때문에 3월에 내리는 눈이 너를 닮는다
동네 세탁소에는 숲이 자라나 수증기가 가득했다
일인용 병실의 가시나무가 천장에 닿는다
빙하의 만년선을 8월에 종처럼 금이 간다
이것은 소리에 대한 편견,
그즈음 색소 결핍증이 나비잡이와 쥐잡이 사이에서 유행한다
역광과 카메라 렌즈, 구름 그림자와 사슴 무리, 얼음사탕과 옷깃 단추, 주머니와 깃털, 나선 계단과 메아리의 간격이
내 몸을 자꾸 둘로 쪼갰다
사막여우의 뼈들을 갖고 노는 동안
가족들은 거리에서 우산과 시계와 모자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거위의 털을 뽑은 밤은 개기일식처럼 짧았다
제라늄 화분들과 샴 두 마리는 초가을의 이사를 견뎌내지 못했다
오늘도 나는 흰 벽을 본다
이것은 한쪽 눈에 붕대를 두른 사람과 체스를 두는 기분,
아몬드나무에 꽃이 피어서 내가 쓰던 동화가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