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 직업의 세계

사무엘럽 2021. 3. 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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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녀는 직업일까

 하녀는 목을 매달고 싶을까

 

 세계엔 닦아야 할 바닥과 바닥이 있고

 넘치도록 그것은 있고

 

 하녀는 몸이 뜨겁고 뚱뚱한 침이 흐르고

 고개를 숙이고 외로운,

 검은 바닥을 닦는다

 겨울이 와도

 혁명이 일어나도

 저 광활한 바닥의 고독을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그곳을

 

 하녀의 내부에는 무엇이 자랄까

 오래된 거울처럼 반짝임을 잃은 그곳에서

 목을 매달고 싶을까

 재처럼 부드러워지고 싶을까

 

 세계엔 닿지 않는

 바닥과 또 바닥이 있고

 무한히 넓어지고

 

 세상에서 가장 일찍 일어난

 하녀가 문을 두드린다

 차가운 호의처럼 햇빛이

 마구 쏟아지는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