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건영 - 수의 바다
사무엘럽
2021. 3. 1. 00:44
창밖에 거꾸로 나무가 자란다
여기는 지하인데 창문과 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순, 가지 끝에 어린 냄새를 맡았던 밤이었다
밤에 섞여 있던 아이들이 웃었다
나뭇가지가 잠시 흔들렸다
좋은 일이다
아이들이 다시 웃었다
좋은 일이다
이후의 아이들이 운다 내내
방풍림을 만들면서
창문 밖으로 아스팔트가 흘러내리고 있다
밀물이라는 비밀을 창문이 삼키고 있다
내장도 없으면서
창문은 약속이니까
깨지지 말자
혈액이 피부 바깥에서 순환하고 있다면
우리는 많은 거짓말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안쪽에서 창문을 두드려야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넘어가지 말자
창문 앞에 서면 누구나 상반신이 된다
반만 남은 사람이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하반신을 기다리는 일
여기 있는지도 모르고
선 채로 나무가 될 수 있다
공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밤새도록 새들이 새순을 따 먹고 사라지면
순, 아침에 남겨진 아이들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검은 비닐봉지에 본드를 짜 넣었지 우리는 형제야 가족이야 내장처럼 뜨겁게 구겨진 채로 방을 채워 나갔지 모든 것이 숫자로 환산될 수 있다니 멋지지 않니 공기 중에 사람이 있다니 뜨겁거나 차갑게 가족이 유지되는 시간
밤이 자라는 광경을 본 적 있다
폐유가 끈적하게 사방에 달라붙는 거
그릇된 사람은 그런 걸 볼 수 있다
나무가 자라지 않도록 허공에 길을 눌러 담으면서
종이에 숫자들을 기입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