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 - 일을 찾아서
일을 하지 않는 소년이 찾아와서 일을 시켜 달라고 말했다.
나도 일이 없는데...... 그래서 우리는 일을 찾아 나섰다.
우리는 일이 많은 사람을 찾아가서 일을 부탁했다.
일이 너무 많아서 그의 대답은 언제나 나중에
나중에,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리는 나중에 만나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나중에 있었다.
나중에 생긴 일을 찾아가면 벌써 그것은
권태에 찌든 남의 손에 있었다.
이게 우리 일일까? 내가 말했다.
저게 우리 일일까? 소년이 말했다.
이 모든 게 우리 일이 아닐지도 몰라.
내가 한숨을 지었고 소년은 한숨을 받아먹고
조금 더 뜨겁게 내뱉었다.
우리보다 일이 없는 사람을 찾아가 보자.
소년이 나의 등을 떠밀며 데리고 간 곳에
일없이 먹고 자고 노는 사람들은 없었다.
사람들이 없었다.
나무도 없었고 풀밭도 없었으며
귀뚜라미 소리가 한창인 나의 어린 시절을 닮은
집도 없었다. 시멘트 공장 근처에 있던 그 집은
어느 날 포클레인이 와서 데리고 갔다.
엄마는 시멘트 공장에 일을 나가셨어.
아빠는 그럼 어디 있어? 시멘트 공장에 나가셨어.
한 사람은 주임이고 한 사람은 경리야.
둘 다 일하다가 만났지.
내가 태어난 곳도 시멘트 공장 근처야.
레미콘 트럭이 먼지를 뿜으며 달리는 곳에서
동생이 태어나고 엄마는 먼지가 하나 더 생긴 기분이야.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먼지 속에서 매일 일이 생겨.
나는 걸레를 쥐어짜다 말고 소년을 데리고
나갔다. 소년의 집은 멀고 먼 곳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은 또 어떤 사람의
집에서 가출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
이것도 일이라면 우리가 해야겠지.
먼지가 좋아 트럭 뒷바퀴의 먼지를 따라간
동생도 일없이 돌아와서 울상을 지었다.
먼지보다 너무 커 버렸대. 그러니까
우리가 여기 있지. 가출하고 돌아오면
먼지가 수북한 천막으로 지은 집
엄마도 아빠도 모두 일 나가고 없는 방에서
동생의 하얀 뼛가루가 굴러다녔다.
누가 죽은 모양이군. 일 마치고 돌아온 아빠가
일 마치고 돌아온 엄마에게 물었다.
이 걸레 누가 빨아다 놨어?
내가 했어요. 내가 그 일을 하러 왔어요.
소년은 꿈에도 그리던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얼마를 주실 건지 묻고 싶었다. 내 손이 허전한 것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