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 - 문학상 여사의 수상식

사무엘럽 2021. 2. 11. 08:30

 

소설을 쓰자, 민음사 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한 문장: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김언 시집, 문학동네

 

 

 수상식이 말한다. 사회자를 대신하여 마이크가 말한다. 대리 수상자를 대신하여 그의 손목이 까딱 인사하였다. 여기,

 

 남편이 저 대신 따라왔습니다. 저 대신 영광스럽게 울먹거리고 손목은 퉁퉁 불어서 말을 잇지 못합니다. 내일쯤 이혼 절차를 밟고 있으니

 

 모레쯤 소설가가 될 예정이라고 손을 흔들어 밝게 웃어주는 포즈. 그리고 한 목소리! 다 저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 자리는 저 때문에 참석 못한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저기,

 

 초대받지 못한 제 친구들과 경쟁자들과 그들의 지지 세력이 성난 피켓을 들고 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상식은 공정합니다. 심사 소감도 공정합니다. 마이크에서 칭찬이 떨어지지를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집을 비우고 나왔습니다. 여기서도 보이고 저기서도 보입니다. 그들의 꽉 채운 빈자리를 대신하여 웅성대는 저 의자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습니다. 내일쯤

 

 소설가가 될 예정입니다. 모레쯤 아내와 결별하는 이 손목으로 난감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영광된 이 자리를 대신하여 주인공이 말합니다. 사회자를 대신하여 마이크가 말합니다. 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