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언 - 동인들
사무엘럽
2021. 2. 9. 09:29
#1
한방에서 우리는 식사를 한다
한방에서 우리는 저녁을 굶고 장시간 토론 끝에 밥이 들어왔다
고기를 구워 먹는다
여행을 얘기하고
서로의 입에서 술이 떨어질 때까지 토론한다
담배가 다 타들어 간다
우리의 화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미학을 사랑하는 자와 풍류를 즐기는 자의 격렬한 논쟁이
함께 회동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양의 스승과 서양 선생님이 모두 한국 사람이다
저마다 안경을 끼고 한 사람은 식염수를 붓는다
숯불이 다 타들어 갈 때까지
#2
넷이서 둘러앉아 한 명을 기다린다
#3
한 사람씩 눈을 뜨고 있다
한방에서 태어난 이 모임은 오래갈 것 같다
10년째 똑같은 책을 만들어 내고
고기를 뒤집으며
새로 태어난 시인의 자축을 들어야 한다
잡지는 그렇게 해서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내 색깔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너는 빨간색이고 나는 검은색
카드를 내려놓는다
진리와는 무관한 표정을 짓고
한방에 모인 그는 나와 같은 생각 중이다
담배가 다 타들어 갈 때까지
#4
넷이서 둘러앉아 한 명을 배웅한다
좋아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눈을 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