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 - 돋보기
돋보기에 돋보기를 갖다 대면서 나의 눈은 일그러졌다. 형체도 없이 커진 나의 눈으로 들여다본 대리석 바닥은 얼마나 차가운지 또 얼마나 시끄러운지 그 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요가 뒤엉켜서 누워 있을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돋보기에 돋보기에 돋보기를 갖다 대면서 나의 시간은 정지하였고 정지한 듯이 꿈틀거렸고 마침내 난장판이 되었다. 미끈한 물도 차가운 대리석 바닥도 달아나기 위하여 과거와 미래를 뒤바꾸어 버렸다. 거기서는 시간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공간도 휘어지기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달아나는 힘으로 붙잡는 힘을 끝내 뿌리치지 못하는 우리들의 눈과 감정과 손질 많은 상상만이 살아서 거대한 행성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보면 그것은 별이다. 별이거나 빛이거나 맹렬히 달아나는 순간에도 그것은 매끄럽다. 매끄럽고 울퉁불퉁하고 상처투성이 얼굴을 보여 주다가 마침내 요동친다. 격렬하게 항의하는 대사관 앞에서도 국기를 불태우는 어느 소수 인종의 핏속에서도 그것은 연기처럼 흘러 다닌다. 누군가를 향해서 그들은 말을 바꾼다. 누군가를 향해서 이름을 바꾸고 그것은 몸이었다가 정신이었다가 한 번 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주장을 완성한다. 돋보기에 돋보기를 갖다 대면서 나의 눈은 심하게 끔벅이는 금붕어의 눈을 조용하다고 말하기 힘들어졌다. 얼마나 많은 동요가 그의 지느러미 물살에 달라붙어 있는가. 얼마나 많은 야유가 나의 손바닥을 흘러가는가.
대사관 앞에서도 고요와 함성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에서도 대리석보다 더 단단한 그들의 핏줄을 의심하게 되었다. 돋보기에 돋보기에 돋보기를 갖다 대면서 마침내 형체를 가진 정신을 나는 말하게 되었다. 정신 나간 몸이 우리의 가장 작은 공화국이 되어 버렸다. 달아나지도 붙잡지도 못하는 나는 나의 가장 작은 원소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