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누누 - 인코그니토
사무엘럽
2021. 2. 8. 17:42
우리는 담배 한 대를 서로 나눠 피우고
마치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한 침대에 누워 서로를 이불 삼아 얕은 잠에 들었다가 다시 깨는 식으로 밤을 보내기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다가
이것을 그냥 사랑이라 부르지 않기로
그렇게 다짐을 하기로
그러고 나면 우리는 할 얘기가 없어서
집 안 곳곳을 서성였다가
어두운 게 싫어서 커튼을 걷었다가
결국 포기하고 인정하며 형광등을 켜기로
새벽기도에 가야 하는 네가 오늘은 기도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데
새벽기도에 다녀서 많은 것들이 좋아졌어
더 좋아졌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우리는 좋은 게 무엇인지 모르고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쪽에 더 가깝다
네가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면 바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아침을 준비한다
냄비에 담긴 물에 된장을 풀고 먹기 좋게 잘라 놓은 야채와 두부를 넣는데
사랑한다는 건 어떤 행위를 말하는 것인지
나는 전혀 조금도 알 수 없다
믿어지지 않으면 눈을 감기로 했다
의자를 토끼나 선풍기라 부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