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누 - 혼자 추는 춤
그날은 금요일이었으면 좋겠으니까
그날은 금요일이다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가 누웠다가 한다
잠잘 때 어떻게 자?
나는 옆으로 누워서 웅크려 자
어떤 사람은 아예 개구리처럼 엎드려서 잠들기도 한대
(그런 사람은 이제 없다)
몇 날 며칠을 밥도 안 먹고 잠만 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도 이제 없다)
혼자 남아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은 아직 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는 동전 던지기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다
왜 모두 사라지고 춤추는 사람만이 남았을까
어찌 되었든 그 결과로
춤은 있고
추는 움직임이 있고
어떤 움직임을 춤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춤에 곁들일 만한 음악은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어차피 남은 사람이라고는 춤추는 사람뿐이다)
앉았다 일어났다 다시 앉았다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 개구리처럼 엎드렸다가 팔다리를 대자로 뻗고 누웠다 다시 일어났다 다시 누웠다 쪼그려 앉았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사실 바닥이란 개념은 사라졌다)
춤추는 사람은 그것을 춤이라 말했다
그것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분명 누군가 그것을 들었다고 했었기에
우리는 그것이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삼기로 결정했다
춤추는 사람의 춤은 혼자다
춤추는 사람이 쭉 뻗은 건 팔이다
자꾸 어긋나는 건 박자다
(그러나 사실은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박자를 놓쳤다고
동작을 틀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들을 수 없어서 그가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