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양안다 - 데칼코마니
사무엘럽
2021. 2. 5. 19:26
이렇게 될 거라는 거 알고 있었지? 네가 불 속에 손을 담그고 말했다
아직도 새벽이 끝나지 않았다 저 멀리 지평선이 물에 잠긴 듯 일렁이고 있었다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게 같은 꿈을 꿨다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문득 불 속에 담긴 네 손의 온도가 내 체온과 같은지 궁금해졌다
적어도 인간이 멸종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손이 흘러내린다면 불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고
얼마 전에는 너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어도 괜찮았어 그런데 이젠 너만 죽으면 괜찮다는 마음
계속해서 생각이 범람하는 바람에 불이 영역 밖으로 넘치고 있었다
나는 너를 따라 불 속에 손을 넣었다 손은 흘러내리게 되는 걸까
가끔씩 너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몸을 뒤척였다 오래된 악몽이 현실로 뛰쳐나오려는 듯이
세계는 지평선 밖으로 넘어가지 않는데 내 안에서 자꾸만 범람하는 것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