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 - 불가항력

사무엘럽 2021. 2. 5. 18:56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양안다 시집, 민음사 숲의 소실점을 향해:양안다 시집, 민음사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양안다 신작 시집, 아시아 작은 미래의 책:양안다 시집, 현대문학

 

 

 언젠가 도로에서 죽은 쥐를 작은 그림자로 착각했을 때

 내 머리 위로 어느 새 한 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나무 밑에서 너에게 말했다

 

 확실히 그럴 수 있겠어, 너는 모순적인 대답을 하고

 

 눈을 감을 때 보이는 어둠이 모두에게 같을 수 있을까

 누가 더 어둡게 보이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사실 나무는 야행성이 아닐까, 낮잠을 자는 동안 자신에게 보이는 어둠을 그늘로 펼쳐 놓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헝클어진 네 머리카락이 그림자로 엎어지고 있었다

 어느 것도 날고 있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네가 이 나무 밑에 묻혀 있는 꿈을 꿨다고

 그곳에서 꺼내 달라며 내게 부탁했다고, 너는 내 꿈을 징조라고 생각했지만

 

 문득 저 멀리에서 납작한 새와 날아다니는 쥐를 봤는데 그건 확실히 그럴 수 없는 일이었고, 아마도 지금은

 백일몽을 꾸는 중이라고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