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 - 비대칭 비행

사무엘럽 2021. 2. 5. 09:13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양안다 시집, 민음사 숲의 소실점을 향해:양안다 시집, 민음사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양안다 신작 시집, 아시아 작은 미래의 책:양안다 시집, 현대문학

 

 

 극장은 완벽했다 완벽하다고, 느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극장은 정사각형의 관 같다고 해야지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도록...... 그래서 그렇게 말했고

 

 순간 애인을 떠올리는 표정으로

 

 정말 이곳은 관 같다 주변 불빛이 소등될 때가 꼭 뚜껑이 덮이는 순간 같잖아, 너는 전생까지 기억한다는 듯이 말하지만

 불이 꺼지면

 우리는 시체의 얼굴을 하게 될 텐데

 

 *

 

 스크린의 빛이 너의 얼굴 위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몸을 기울인 채로

 너의 표정으로 상영되는 영화를 관람했다

 

 하루아침에 지붕이 날아가도 새들이 오거나

 무덤을 파내 관을 열더라도 시체가 일어날 일은 없는데

 

 너와 나는 번갈아가며 우리 사이에서 손이 헤매도록 방치했다 가끔 손이 맞닿아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 손을 잡게 되면 눈이 마주치겠지만

 

 손목에 새기다 만 이니셜이 빛나고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상영 중에 극장의 모든 좌석을 세어 볼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운석이 떨어지거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내가 너의 목을 조르더라도 영화는 끝나지 않겠지, 그게

 

 미래라고

 

 속삭이는 연인이 있다면

 우리의 좌석으로 상영되는 영화가 있다면......

 

 옆에서 네가

 반쪽 얼굴로 울고 있었다

 

 *

 

 어땠냐고 물으면 너는 좋았다는 대답을 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느낀 것처럼

 

 모든 연인들이 우리를 쳐다본다면 우린 서로의 눈을 도려내고 숨고 싶겠지 우리는 어깨선의 높이가 달랐다 내가 싫어하는 건 네가 마른 선을 가졌다는 사실

 

 새들도 시체도 보이지 않는 밤

 

 너의 뼈가 부러지도록

 숨을 참은 채 보폭을 맞춰 걷는 일이 계속되고

 

 "예고편, 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든다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건을 알 수 있을 거야."

 나는 너의 생각과 사랑에 빠지는데

 

 목적지 없이 우리는 어디로 가려고

 

 때맞춰 극장 내부가 어두워지는 방식으로 이별이 예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너와 애인이, 너와 내가,

 모두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 밤은 문을 잠그지 않고 잠들 것이다 네가 들어올 거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그렇게 할 예정인데

 

 무용수가 쓰러지는 포즈로 네가 날 껴안았을 때 나는 너의 애인이 죽었으면 했다

 

 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