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 - 평행진입

사무엘럽 2021. 2. 3. 06:54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양안다 시집, 민음사 숲의 소실점을 향해:양안다 시집, 민음사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양안다 신작 시집, 아시아 작은 미래의 책:양안다 시집, 현대문학

 

 

 죽은 적 있지?

 네가 의자를 만지며 말해서 의자를 죽은 나무로 여기는구나, 생각했다

 

 이 방은 서향의 창문

 저녁의 햇볕으로 떠도는 먼지가 보이기도 하고 눈이 부실 땐 눈 안의 세포가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하지

 그것이 너로 하여금 이 방을 사랑하게 만들고

 

 함께 고개를 꾸벅거리며 나는 네 말에 동의를 표하고

 너는 졸음을 견디고

 

 바닥을 어지럽혀서 바닥이 보이지 않게 되면

 서로가 서로의 더럽고 지저분한 과거를 알아야 할 인과가 사라지고, 그래도 너만은 내 과거가 더럽다고 말해 줬으면 좋겠다 나의 한때가 너에게 질척거리는 시간이기를 바라며......

 

 새가 날아다녀

 

 이틀이나 잠들지 못해서 눈앞이 조금씩 번진다고, 네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네가 잘못 봤을 거라고 혹은 잠깐 조는 사이에 꿈을 꾼 거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최면에 빠져 본 적이 없는데 나는 언젠가 꼭 너였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너의 어머니가, 나는 네 미래의 배우자가 그리고 너도 내가

 되어 본 적이 있었다는 듯이

 네가 이해되기도 하고

 이 말을 듣는 너의 기분을 이해하고

 이 말을 하는 나의 기분을 너도 이해할 수 있을 거고

 너의 이해와 나의 이해가 겹치면

 나는 네가, 너도 내가, 그런 게 가능할 것만도 같은데

 유년의 너도 먼지 위의 세계와 세계를 비행하는 새를 보고

 울 때마다 조금씩 번지는 눈가로 눈의 세포가 아니라 공기 입자를 봤을 건데,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너의 생각을 견디고

 

 무슨 생각해?

 

 네가 물으면 별생각을 하지 않아도 별생각이라도 한 것처럼 대답할 것이다

 너처럼 졸기도 하겠지만

 너의 눈 속에서 대답하는 나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