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강성은 - 양수 속에서
사무엘럽
2021. 2. 3. 01:40
엄마 오늘밤 우리의 악몽은
숨겨진 골목들이 차례로 쏟아지는 꿈입니다
저 어두운 골목들은 쏟아지며 눈부신 물거품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의 바다 깊숙이 가라앉습니다
엄마 이 바다 속에는 무수한 골목들
나는 오늘도 구겨진 골목 속으로 들어가
골목과 골목 사이의 바람과 가로등 누군가 불렀던 허밍
그 속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당신의 그림자를 발견합니다
나는 태어나기 위해
당신은 깨어나기 위해
우리는 물속에 잠겨 있지요
살아 있는 듯 잠자는 듯했지만
엄마 오늘밤 우리의 악몽은
태어나지도 깨어나지도 않는 영원한 불길함입니다
엄마 뱃속의 바닷물은 차갑고
나는 추워서 얼어붙을 지경인데
당신은 또 악몽을 꾸느라 겨울 밤거리에 맨발로 서서 울고 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건 당신도 마찬가지죠
파도에 휩쓸려 왔다갔다 할 뿐
우리는 오직 우리 자신을 껴안습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 자신을 애무합니다
미궁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