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 칠월

사무엘럽 2021. 2. 1. 20:12

 

불온한 검은 피:허연 시집, 민음사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허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오십 미터:허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사 시의 미소:허연 시인과 함께 읽는 세계시인선, 민음사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 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 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