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안 - 폭설
사무엘럽
2021. 1. 30. 07:04
반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귀가 없는 세대들이 있다. 폭설이 있고 끝없이 이어지는 백야가 있다. 세상의 모든 방언들이 들리도록 몰약이 필요하다. 무릎이 필요하다. 무릎 위에 올라앉아 내 허벅지 뜯어 먹어줄 짐승이 필요하다. 짐승들의 보드라운 털이 필요하다. 짐승을 허벅지에 넣으면 내 방이 커지고, 나는 거대한 방을 달린다. 옆집 사람은 체조를 하고 있다. 윗집 아이는 작은 손으로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며 교통사고를 흉내 낸다. 이 동네에서 내 방은 제일로 커서 안방의 텔레비전 소리도 내 아이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방을 끌고 다닌다. 방이 있으니, 고문이 필요하다. 묶어놓을 의자가 필요하다. 독재자가 필요하다. 탱크가 필요하다. 이 모두를 덮어줄 폭설이 필요하다. 백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