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안 - 맹동
사무엘럽
2021. 1. 30. 07:01
그것은 책의 일
목 졸려 죽은,
인형들의 붉은 입술과 어미의 배 속에서 거꾸로 떠다니는 눈먼 새끼 염소들의
가깟의 침묵, 가까스로
죽어 쭈글쭈글한 구멍이 되는 일
당신의 눈동자 속에는 이제 환상의 자리도 없고
굳세던 고통도 없고
가깟의 침묵 끝에
당신의 눈동자로 측백나무마저 붉어지는 일
그 붉음의 신음을 듣는 일
어린 시절 빠져 죽을 뻔한 얼음장 밑에서 본 붉은 핏덩어리와 그 붉음 속의 어둠과 그 붉음의 신열 속으로
다시 몸뚱어리 던져 당신의 눈동자 속으로 흘러드는 일,
당신의 눈동자로 늙는 일
모든 강이 얼어 황지가 되던 시절부터
나와 당신의 살과 뼈와 구멍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일
우리의 책이 펼쳐지는 일
책이 붉어지는 일
그 붉음에 눈이 머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