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 - 맹동

사무엘럽 2021. 1. 30. 07:01

 

웅진북센 아무는 밤 259 민음의시, One color | One Size@1 오빠생각(일반판):김안 시집, 문학동네

 

 

 그것은 책의 일

 목 졸려 죽은,

 인형들의 붉은 입술과 어미의 배 속에서 거꾸로 떠다니는 눈먼 새끼 염소들의

 가깟의 침묵, 가까스로

 죽어 쭈글쭈글한 구멍이 되는 일

 당신의 눈동자 속에는 이제 환상의 자리도 없고

 굳세던 고통도 없고

 가깟의 침묵 끝에

 당신의 눈동자로 측백나무마저 붉어지는 일

 그 붉음의 신음을 듣는 일

 어린 시절 빠져 죽을 뻔한 얼음장 밑에서 본 붉은 핏덩어리와 그 붉음 속의 어둠과 그 붉음의 신열 속으로

 다시 몸뚱어리 던져 당신의 눈동자 속으로 흘러드는 일,

 당신의 눈동자로 늙는 일

 모든 강이 얼어 황지가 되던 시절부터

 나와 당신의 살과 뼈와 구멍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일

 우리의 책이 펼쳐지는 일

 책이 붉어지는 일

 그 붉음에 눈이 머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