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 거주자들
거주를 화내면서
거주자들은 몰려 있다. 1단지 2단지
단지 속으로 단지 속으로
아이들이 울고 들어가고 단지가 쏟아져 있어서
단지가 아주 많아서
같은 단지에 살아요
아름마을 한솔마을 소슬마을
마을을 묶고 머리를 묶고 머리가 아팠다.
이상하게 생긴 볼펜들이 떨어져 있다. 글씨를 이름을 똑바로 쓰도록 권장되었던 교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잉크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 잉크가 되어 아무 볼펜도 일으켜 세우지 않는 잉크가 되어 아무 손도 더럽히지 않고 아무나 발로 차는 아무나 만드는 밤이다.
공기를 밀어내려는 듯이 양쪽으로 길게 단지들이 늘어섰다. 불시에 해가 저편에서 내려오면 단지를 밝히지 않아도 소식이 없다. 소식이 없으면 소식이 없다는 소식이 도착하고 소식이 퍼진다. 남자가 퍼지고 여자가 퍼지고 남자와 여자가 퍼진다. 회의를 하고 화를 내고 회의를 하면서 화를 내고
몰려 있고 몰려들고 다시 반을 나눈다. 1반 2반
같은 반이에요 1번지 2번지예요
같은 반이지만 같은 번지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반이에요
거주자들은 하나의 거주지처럼 보인다.
아침의 일간지와 저녁의 일간지처럼 보인다.
아침 일간지가 저녁 일간지가 되고 아침 단지가 더 오래된 단지 속으로
들어가고 단지 너머로 새로운 단지들이
위풍당당하게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밀려온다. 거주자들은 계속해서 새 단지를 꺼내고 오랜 단지를 순찰하고 같은 마을을 돌고
모두 괜찮을 것이다.
그들의 거처를 알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널빤지를 놓고 누운 사람이 있고 어떤 널빤지를 몸에 대고 있기에 널빤지는 표지가 되고 표본이 되고 표가 되어 시간표 번호표 이름표들이 돌아다니고
1단지 2단지 불어나는 단지에서 단지 사이로 벽 속에 묻은 파이프들이 불어나고
거주자들은 서둘러
번쩍이는 몸
거주자들은 흠이 없다. 거주의 멸시는 흠이 없다. 거주의 불편을 토로하면서 거주자들은 날마다 서로 시간을 맞춘다.
완전한게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