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 - 그림자극

사무엘럽 2020. 11. 14. 08:47

 

아난타:안민 시집, 세상의모든시집 게헨나:안민 시집, 한국문연

 

 

 나는 와양입니다.

 

 신의 눈물이 내게 닿은 줄 알았는데 신의 뒤편에 절벽이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얹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뒤편엔 밧줄이 있었고

 

 나는 연출자로 오인하며 흘러왔습니다. 누구의 머리칼도 쓰다듬어 주지 못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타밀나두엔 여전히 뜨거운 눈이 내립니다. 그러니까 마지막 낙엽이 추락하고 그늘마저 결빙되던 그 저녁,

 

 나는 그림자와 분리되었습니다. 심장엔 지진이 일었고 나는 적도의 유적처럼 허물어졌습니다.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것으로 선고받던 그날,

 울음이 순서대로 다녀갔습니다. 그러나 수도자는 없었고 구원엔 어떤 기도도 없었습니다. 그저 형장을 향한 발만 가득했을 뿐이었습니다. 아이누비처럼 흐느끼던 죄수의 후면 같던

 

 영혼을 수거하지 못한 나는,

 밤이면 입구와 출구에 알코올을 들이붓습니다.

 

 낯선 눈동자들이 내 그림자의 두께를 측정합니다.

 귀를 제거했는데 어둠이 자꾸만 고이고 있습니다.

 이젠 고백해야 할까요?

 그저 연약한 배후였을 뿐입니다. 용서하십시오.

 

 목 위의 형상은 내가 아닙니다.

 우울한 얼굴 하나가 내 목에 얹혀 울먹입니다.

 창백한 얼굴 하나가 내 목에 얹혀 흔들립니다.

 분리된 몸이 가시넝쿨을 넘고 있습니다.

 목 없는 배우가 나인지 내가 배우인지

 도무지 알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