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현승 - 5분 후의 바람
사무엘럽
2021. 1. 24. 23:40
5분 후의 낙엽을 위해서 나무를 흔드는 사람이 있다
순간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새들과
땅으로 떨어져내리는 새들
사람들은 왜 공원 같은 데서 헤어지는 것일까?
애인의 어깨를 흔드는 사람은
떨어져내린 무언가를 따라 고개 숙이고
새들의 발길에 흔들리는 사람은
방금 자신을 떠나 날아간 새들을 쫓아 하늘을 본다
청소하는 사람의 빗자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앉은 채로 다리를 들어올리고
변심한 애인처럼 하늘은 금세 흐려지고
5분 후의 공원으로 바람이 불 때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낙엽들이 노랗게 날린다
지금 나무의 멱살을 잡고 가슴을 때리는 이는 바람이다
날개들은 발에 밟히면서 가장 투명한 소리를 낸다
텅 비어 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