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 초심자들

사무엘럽 2021. 1. 24. 23:35

 

친애하는 사물들:이현승 시집, 문학동네 생활이라는 생각 : 이현승 시집, 창비

 

 

 우리는 종종 잠자는 법을 잊는다

 나침반 바늘처럼 떠 대롱거리다가

 아침이 오면 간신히 내려앉는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밥을 씹는 일을 멈추고

 자전거를 탈 땐 중심을 잡느라 구르던 발이 사라진다

 

 응급실 의사들이 숨 쉴 수 있겠어요? 하고 물을 때

 보호자들이 같이 심호흡을 하는 것처럼

 모두들 무얼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고

 빗방울들조차 떨어질 곳을 알고 있는 듯하다

 

 매번 하는 일이 이따금씩 처음 하는 일 같다

 눈과 귀를 손과 발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