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 비의 무게

사무엘럽 2021. 1. 22. 08:26

 

친애하는 사물들:이현승 시집, 문학동네 생활이라는 생각 : 이현승 시집, 창비

 

 

 분리수거된 쓰레기들 위로

 비가 내린다

 끼리끼리 또 함께

 비를 맞고 있다

 

 같은 시간

 옥수동엔 비가 오고

 압구정동엔 바람만 불듯이

 똑같이 비를 맞아도

 폐지들만 무거워진다

 

 같은 일을 당해도

 어쩐지 더 착잡한 축이 있다는 듯이

 처마 끝의 물줄기를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리는 빗속에서

 더이상 젖지 않는 것들은

 이미 젖은 것들이고

 젖은 것들만이

 비의 무게를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