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선재 - 한낮의 독서
사무엘럽
2021. 1. 20. 21:19
당신의 말을 읽을 수 없습니다 다정하다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읽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가장 안쪽에서 오는 가난
가난한 나의 어제가 지나갑니다
가지 않을 길을 지나쳐 오지 않을 곳으로
나는 무거운 침을 꽂고 바닥에 누워 더없이 멀리 있는 것들을 봅니다 위에서 밑으로 자라는 얼룩과 밑에서 위로 자라는 잎사귀, 그 너머에서 희미해지는 검은 것 속의 검은 것
아이들은 틀린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틀리고 틀린 것을 다시 틀리며 자라
당신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다르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해보았습니다만, 들리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틀린 것은 무엇입니까
반복되는 밑줄,
밑줄 옆에는 붉은 별
말이 지나갑니다
비문의 통로를 지나 비문의 언덕 너머로
그 언젠가 숲에서 잃어버린 발자국처럼 말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프지 않다는 말도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햇살이 풀을 꺾는 한낮입니다
입술을 깨물 때마다
조금씩
캄캄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