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재 - 열리는 입

사무엘럽 2021. 1. 20. 19:54

 

목성에서의 하루, 문학과지성사 얼룩의 탄생:김선재 시집, 문학과지성사 노라와 모라:김선재 장편소설, 다산책방 누가 뭐래도 하마:김선재 소설집, 민음사 그녀가 보인다:김선재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울고 난 뒤에는 손톱을 깎았다

 

 등 뒤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

 

 잘못과 잘 못 사이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아랫도리를 지워주었다 걸핏하면 넘어졌다

 

 쏟아진 다음에는

 쏟아진 것만 생각하고

 

 거꾸로 설 때마다 꽃가루가 날렸다 끝까지 가기 좋은 날씨였다 울짱을 넘어서면 울짱, 좋은 것을 보면 네 생각이 난다는 말을 들으면 코피가 났다

 

 입을 닦으면 다가 아닌데

 한 입 베어 문 사과

 

 접은 손을 펴고 편 손을 다시 접고 그 손을 뒤집었다가 자리에 놓으면 하루가 다 갔다 그 자리가 제자리고 제자리가 끝이어서 끝은 깊고 깊은 건 차가웠다

 

 문 뒤에는 눈을 감은 사람들

 물을 말이 없는 사람들

 

 입만 살아서

 입만 막았다

 

 다 자란 아이들이

 하지 않은 것과 할 수 없었던 것 사이에서 입을 맞춘다 네가 잘 못 지나온 길에서 내 잘못이 아닌 길에서

 

 최대한 자주 방에서 체조 연습을 할 것, 숲으로 산책을 자주 다닐 것, 서커스 구경을 갈 것, 광대들의 태도를 익힐 것

 

 나머지 뺨을 내밀며 끝까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