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재 - 그날 이후

사무엘럽 2021. 1. 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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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쉿,

 이전의 일들은 모두 비밀이야

 어떤 나라의 어른들은 말했다

 

 증오를 배우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것을 기억하기 위해

 

 늘 손가락은 모자라거나 남았고

 지붕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과 밖에서

 걸핏하면 열이 끓었다

 

 처마 끝에 매달린 채

 나에게서 멀어지는 사지를 바라보는

 오늘은 여름의 입구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이 일어서고

 혀를 빼문 개들이 지나가는 시간

 

 나는 손을 씻으며 오래 생각한다

 길고 슬픈 발음을 가진 이름들과

 가라앉은 어떤 여행에 대해,

 이전의 이후에 대해

 

 어떤 나라는 너무 멀고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젖은 손을 문질러 닦으며 나는,

 걸어간다

 슬프고 아름다운 발음을 연습하거나

 마침내 다다른 해안의 무늬가 되기 위해

 

 두 번 다시 비밀이 되지 않을

 어떤 이후까지

 

 사라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