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재 - 거리의 탄생

사무엘럽 2021. 1. 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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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이 이동한다

 구릉 너머

 구름의 영토 쪽으로

 

 거리는 무한히 확장되고 변주된다

 사라졌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는

 소문처럼

 입에서 귀로 전해지는

 비밀처럼

 

 오늘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할까

 

 터진 꽃들이 지기 전에 말해줄래?

 유머가 된 사랑이나

 추억이 된 혁명 같은 거

 

 세계 뒤에서, 더 뒤에서

 기억 밑어서, 저 밑에서

 지각은 조금씩 밀려온다

 

 내일은 우리에게 어떤 얘기가 남을까

 

 흰 계절의 감옥을 지난 후에는 말해줄게

 점을 치는 새의 슬픔이나

 새를 치는 노인의 미래 같은 거

 

 겨우 속삭이면서

 겨우 어긋나면서

 

 사람들은 이동한다

 어깨 너머

 사양의 영토 쪽으로

 

 누구도 모르게 모르는 사이가 되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지상의 영토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