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선재 - 사실과 취향
사무엘럽
2021. 1. 20. 06:10
열 손가락을 깨물면 각기 다른 맛이 난다
당근은 써는 것보다 씹는 것이 편한데
자꾸 순서를 바꾸라는 엄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새들은 연습을 한다 떨어지는 연습, 떨어지려는 연습, 연습을 하다 보면 습관이 됐다 우리는 차례차례 떨어졌다
떨어지면 못 먹는 거라고 했다
먹을 것이 없었다
거지 같아
같은 것에서 같은 것을 빼고 땅에 엎드리면 모자가 알아서 뒤집힌다 잘못한 일이 없는데 자꾸 두 손이 모아져서
우리는 자주 서로를 숨겨주었다 철이 지나면 알아서 처박히는 이불이나 저절로 떨어지는 열매들처럼 이무렇게나 숨었다
숨어 있으면 숨 쉬는 법을 종종 까먹고
씹을수록 멀어지는 맛이 있다
개가 개뼈다귀를 씹는 건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
편안한 말들을 주고받다 돌아오면
이가 빠졌다
얼굴이 무거워
열차보다 먼저 빈자리로 달려가는 엄마
손가락을 자꾸 깨무는 엄마
다 같은 맛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