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민 - 나와 나의 분인과 겨울에 갇히던
사무엘럽
2020. 11. 14. 07:45
공포는 나에게서부터 시작되었고
내 뿌리 끝에는 눈동자가 있었다
윤리에 감금된 눈동자가 떨릴 때
일곱 개의 눈동자 속으로 어둠이
밀려들었다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 파사국과 다섯 형제든 여섯 형제든 공동으로 한 명의 아내만 삼는 사율국에서도 태양이 쓰러지고 겨울이 스며들었다 토화라국과 계빈국과 범인국에서도 그러했다 그즈음
나는 내 분인과 설산을 넘고 있었다
분인은 피에타에 등장한 남자이기도
올드보이 안쪽의 외로운 타자이기도
소설 [서드] 속의 주인공이기도 하였다
아, 피에타 아바타 아미타불의 날들이여
그러므로 나는 하나에서 출발하여 여러 개로 설산을 넘었고 눈이 펑펑 내렸고 아내는 둘이 되었다가 넷이 되기도 했는데 서로의 목에 밧줄을 걸었고 흰 피가 결빙되고 있었다 다시 밤눈이 내리자 아내는 두 개의 화분으로 놓여 자라기 시작했다 아내의 숫자만큼 나의 분인은 인수분해 되지 못했다 일억 광년 거리의 어느 행성에서 또 다른 나의 분인이 눈물을 흘렸고 애인의 남자는 두 번만 등장하기로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꽃은 각본이 없었고 아이의 퇴화는 빨랐다 마침내 아내는 하나만 남았고 애인은 손가락 숫자만큼 되었다 하지만 나의 분인은 계산되지 않았다 흰 피가 허공에서 내렸고 그믐 무렵 하나 남은 아내마저 희미해져 갔다 서른두 개의 지옥에서 나의 분인은 계속 잉태되었고
공포는 나에게서 오고 있었다
그건 눈동자 뿌리에서부터였고
뿌리들, 시원은 구멍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