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호일 - 필라멘트
사무엘럽
2021. 1. 19. 01:37
여러 종류의 꽃이 어우러져
하나의 꽃으로 보일 때, 그리하여
스무 개의 손가락으로 변하고 싶을 때
손을 들고 훌라후프를 돌리는 여자가 나선형으로 빠져나가
비행기와 부딪쳐 공중에서 폭발할 때
소심한 뒤꿈치를 들고
무쇠의 팔을 완강하게 느낄 때
나의 가족은 유리컵과 의자와 진부한 뭉게구름
동일한 식탁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일제히 사이좋은 사물이 된다
모든 꽃 사이에 어제 그친 비가 오네
포커를 할 때의 무한히 사라지는 얼굴이 되어
하나의 꽃을 꺾어 들 때처럼
스무 개의 손가락으로 정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