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호일 - 하얀 손이 놓고 간 것
사무엘럽
2021. 1. 18. 18:21
죽어서 사탕이 된 여자같이
어느 페이지를 찢어 벽에 걸어놓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입속에 넣고 싶은 시간도 있다
이것은 구름만 한 무늬의 단순하고 가장 먼 부분
고요한 바늘이 내려와 눈썹을 찌를 때
잠깐 졸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잠을 줍는 것처럼
레깅스 입은 여자의 발목을 보네
점점 위로 더 굵은 쪽으로, 그래서 붉은 곳 위로 올라가면
우리는 너무 많은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고
창밖이 있고 구름이 있다
여기는 잠인가 여자인가
뒤꿈치를 잠시 들고
하얀 손이 모르고 놓고 간 손가락 같이
뇌는 아직 반죽이 덜 된 밀가루처럼 형체가 사라진다 시간의 손목이
물에 풀어져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