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일 - 기분으로 된 세계

사무엘럽 2021. 1. 18. 16:25

 

바나나의 웃음:최호일 시집, 중앙북스

 

 

 다섯 장의 종이를 오려 기분을 만들었다

 다섯 장의 종이가 되기 위해

 팔과 다리가 모호해진다

 아홉시가 되려다가 아홉시 이후가 되는 시곗바늘들 모든 밤이 저녁을 이해하고 아홉시를 용서했다

 

 빗방울을 세기 위해 열 개의 손가락이 생겼고

 맥주를 따다가 손을 발견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손목에

 백합이 피어 있다

 

 음료수 병을 지나 꽃과 부딪친다 나는 이 거리예요

 거리를 걸으면 지나가는 사람의 기분이 된다

 기분이 필요한 다리를 건너

 기분으로 만든 기둥에 대해

 조금 춥다면 기침을 하자 겨울이 올 때까지

 

 밤을 말하려다가 공을 놓치고 손이 으깨어졌다

 컵이 깨져 잡을 수 없을 때

 컵은 배경 음악이 없고

 당신과 낭떠러지와 자동차 바퀴는 한통속이다

 

 저기 날아다니는 것은 작은 벌레인가 시간의 눈인가

 밤을 말하려다가

 건반 위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를 이야기했다

 

 고양이를 만나려면

 고양이의 기분과 피아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