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혁 - 태양의 풍속

사무엘럽 2021. 1. 18. 10:06

 

소피아 로렌의 시간:기혁 시집, 문학과지성사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기혁 시집, 민음사 베개 3호, 시용 언.어.총.회, 테오리아

 

 

 

 그림자가 묵묵히 말렸지만

 달마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지구의 모든 방향은 앞사람의 것

 빛의 속도로도 그를 추월할 수 없지.

 

 북극의 빙하 위에서

 히말라야의 최정상에서

 저 멀리 사하라의 오아시스까지.

 

 미지를 도모하던 발자국은

 지구의 극한을 모두 돌아

 비로소 타인의 속내로 들어선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를

 한낮의 베갯잇 쪽으로 몰고 가면서,

 각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자부심을

 무중력의 토끼처럼 띄워보면서.

 

 펼쳐 든 타인의 지도가

 의심 많은 산초 판사를 닮아가는 오후.

 그러나 어둠이 깔리면

 달마도 동쪽 길을 돌아와 울 것이다.

 

 고장 난 풍차를 애인처럼 껴안고.

 밤낮없이 몰아치던

 서풍의 부속을 두근두근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