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연 - 인어 이야기 2

사무엘럽 2021. 1. 16. 15:51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우주적인 안녕: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나의 목소리가 매일

 대기에 가까워진다.

 

 내 입술은

 내 목소리 바깥의 것들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아, 하고 입술이 동그래질 때

 어, 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표정들에게

 단 하루씩의 사랑이 주어진다.

 

 거품으로서 웃고 거품으로서 찡그리며

 빗방울로 섞여드는 거품 눈물들.

 

 내가 없는 육지를

 내려다본다.

 

 희박한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