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연 - 인어 이야기 1

사무엘럽 2021. 1. 16. 15:49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우주적인 안녕: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몹쓸 유대인처럼

 발바닥이 아프다.

 

 이 발바닥으로 걸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구두의 밑창을 갈고 징을 박고

 신선한 내장의 요리법을 배운다.

 

 땅에서의 일요일이나 하늘에서의 월요일이나

 내게는 다 같은 것

 

 틀니를 하고 웃는 모습을 바꾼다.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이 얼굴로 웃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금세 고기가 될지 모를 몸으로

 또 한 번 살아간다

 

 땅에서 일요일들이 지나가는 동안

 하늘에서 월요일들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