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연 - 종이 인형들의 세계

사무엘럽 2021. 1. 16. 00:46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우주적인 안녕:하재연 시집, 문학과지성사

 

 

 드레스들이 하루에 몇 번씩이나 찢어지는 건

 약간 슬픈 일.

 머리를 둥근 컬로 말아 올리면

 조금 안정이 된다.

 

 오늘은 놀아주는 사람1과

 놀아주는 사람2가 왔다 간다.

 매일처럼 조금 나쁜 일과 덜 나쁜 일과

 놀랄 만한 일이 있을 뿐이지만

 

 어떤 날은 다만

 쳐다보는 자의 표정을 할 수 있는 거다.

 눈화장이 잘 되는 날은 그렇게

 기분이 좋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식탁이 놓여 있고 드레스들이 걸려 있고

 욕조가 빛나고 물고기들이 춤을 춘다.

 아무 걸로나 골라서 요리를 할 수 있다.

 

 목욕을 하고 손을 모으고 속눈썹을 내리고

 아무 때나 잠이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