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준규 - 지나가는 해
사무엘럽
2021. 1. 15. 12:10
누군가
아아 떨리는 외로움이라고 징징 짜는 밤이
검은 물 안으로 들어온다
갈비뼈가 다 번질 듯하다
거대한 검은 그림자는 우주 전체가 허연 늪이다
잠기면 누런 해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달을 삼키고 나의 오른쪽 귀를 머리 풀어 하얗게
겨누고 있다
함부로 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은 절망처럼 짜릿하여
잔뜩 체해 거리를 색칠하고 있다는 현실 하나를
잘 익혀 금빛 은빛 바다를 노을을 한꺼번에 얼릴 수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야기가 없는 지움의 입술을 쭉 내밀어
거울 앞에 서다
검은 지나침의 서정이 부서지는 분명한 얼굴이
사전 속에서 몸을 뒤튼다
검붉게 본다
나는 흰 종이를 눈 속에 그늘 생기고
더불어 물도 조금 고인다
별처럼 즐겁다
거슬리는 그리운 하얀 깃털
빗방울 솟는다
바뀌는 몸
밤새 왜 나는 유언을 작성한다
담배를 준비하고 술을 한 잔 준비하자
음악 따윈 필요 없다
오늘 낮의 매미의 지속음을 붉게 장식한
썰리는 살코기의 향기 밖으로 진홍 그늘을
성큼성큼 만들고 있었지만
조울에 잠입한 솜처럼 날카로운 장난의 뒤란에는
봄이 와도 눈이 내렸지
얼음이 붉은 지붕 위로 쏟아지고
내일 아침이면 고비 사막을 기어가리라
잠시 후면 변기에 머리를 처박고
피똥을 싸며 울거나 며칠 동안 발가락 너머만
응시하겠지 다시 소환될 순간을 기다리며
달아날 멋진 궁리를 시체 위로 떨어지는
가는 비처럼 하리라
그러나 성스러운 펭귄의 잔인한 낮잠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나의 숭고한 도덕적 감각이다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