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계영 - 실패한 번역
사무엘럽
2021. 1. 14. 08:25
태양의 줄무늬를 밟고 공중에서 넘어진 일
넘어짐으로 넘어간 붉은색 카펫
작은 새, 작은 새, 작은 새, 그리고 약간의 새
이 노을을 붕새의 날갯짓이라 부르는 자라면
역시 시인이다
책가방의 어깨끈을 양손에 꼭 쥐고
악독을 구경하러 나온 유흥가의 안경잡이처럼
비탈길 아래로 눈동자를 밀어내는 돌들
두 번 작별하기 위해
액자 속에 사진을 끼우고 오래오래 잊어버리는 일
사방의 벽, 좌로 벽, 우로 벽, 위로 아래로
갇혀 있는 줄도 모르고
작은 새들이 굴린 방향으로 굴러가는 구름처럼
잠들어 있다
시소 위의 깃털, 깃털, 깃털, 약간의 흑색 깃털
가슴에선 솜 찢는 소리
부지불식간에 나타나
검은 꽃을 쥐여주고 달아나는 밤
소중한 비극을 뒤져 발견한
단 한 방울의 눈물이 전혀 특별하지 않아서
남은 일생 열심히 울겠지
역시 시인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