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희연 - 한그루의 나무를 그리는 법
사무엘럽
2021. 1. 12. 00:26
뿌리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기침을 하게 된다
나는 아주 긴 철로를 가졌지만 기차는 출발한 적이 없고
먼 나라 영원한 먼 나라
그것을 뿌리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뿌리 없이 나무를 그린다 뿌리 없는
가지는 태어나는 순간 휘청거리기 시작하고
기둥 뒤엔 잠복 중인 벌목꾼들
내가 그린 것은 한그루의 나무인데
불가피한 오후가 시작되고 있다
나는 일곱마리의 물고기를 기릅니다
하루에 한마리씩 죽고 그것을 일주일이라고 배웁니다
비어가는 어항을 보다가 까닭 모를 울음을 터뜨릴 때
나를 접어 날려 보내던 손
그 손을 잡고 있던 여름
나는 스케치북을 덮고 일어선다
나를 계속 따라오는 나무가 있었어 감은 눈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나무가
*
여전히 한그루의 나무가 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유리사과
나는 한알을 따서 벽에 던져보았다
맑고 높은 소리가 났다
쓰러뜨리고 싶은 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