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희연 - 하나 그리고 둘
사무엘럽
2021. 1. 11. 03:10
1
휴일이 되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헬맷처럼 내 얼굴을 뒤집어쓰고 손목 안으로
손목을 밀어넣었다
2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문 과일
그는 접시를 닦으며 나에게 맞는 이름을 찾는다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군가 죽은 병원
거품 속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것은
접시일까 이름일까
3
장갑은 손처럼 생겼지만 손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나에게는 없는 손을 장갑 속에서 발견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워질 것인가
접시와 접시 사이에는 또다른 접시가 있고
식탁 위에는 이인분의 음식이 차려져 있지만
나는 내가 한사람이라는 것을 믿는다
4
목을 넣었다 빼는 동작에 대해
창문은 끝까지 침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을 벗는다
문득 손이 뜨겁다 손끝에서 이름이 돋아날 것 같다